2025. 10. 14. 18:31ㆍ자연 풍경
내 아들이 다섯 살 무렵, 작은 생명을 돌보고 싶다고 했다.
고민 끝에 그 마음이 예뻐 강아지를 들였다. 털관리 미용비용 등을 고려해서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 단모종으로 정했다.
초등 5학년 1학기까지 함께 살다 이런저런 연유로 아들은 엄마와 살게 되었고, 둘은 떨어져 지냈다.
한 달 또는 두 달 간격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낯섦보다 반가움이 먼저였다. 아이도 롤리를 자주 보고 싶어 하고,
롤리는 만나면 반가움에 집안을 뛰어다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촬영은 그런 ‘다시 만남’의 순간이었다.
나는 그들의 사이가 시간과 거리의 벽을 어떻게 넘어서는지를 보고 싶었다.
품의 기억
첫 장은 재회의 긴장과 안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아들의 품 안에서 강아지는 고개를 내밀고, 빛은 그들 사이에 머문다.
자연광이 이들의 왼쪽에서 들어와 얼굴과 털의 결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 빛의 방향과 온도만으로도 관계의 따뜻함이 전해진다.

빛과 거리의 구도
두 번째 사진에서는 둘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난다.
서로의 시선은 멀지 않다.
리드줄은 통제가 아니라 연결의 상징처럼 보인다.
오후 역광의 긴 그림자는 함께한 시간의 지속성을 은유한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드리워진 그림자가 하나로 겹치며, 두 존재의 마음이 다시 이어진다.

풀숲 속의 시선
세 번째 사진은 자연 속으로 들어간 친밀함의 장면이다.
초록빛의 대비는 생명의 감각을 강화하고,
아들의 시선은 카메라가 아닌 강아지를 향한다.
그 표정엔 설명할 수 없는 평화가 있다.
풀숲은 두 마음 사이의 쿠션이자, 마음의 배경처럼 작용한다.

정면의 초상
언덕을 배경으로 한 장면은 둘 사이 신뢰의 장면을 규정하는 초상이다.
규칙적인 식생의 리듬 속에 중심이 또렷이 잡혀 있다.
빛이 얼굴의 반만 비추며, 현실과 감정의 경계를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이 장면은 오랜 시간 속에서 쌓인 신뢰가 지금 이 순간의 표정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가장 가까운 순간
화단에 앉은 장면에서, 아들은 강아지를 살짝 끌어안는다.
그 표정에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있다.
빛이 얼굴과 털 끝을 스치며 그 따뜻함을 시각화한다.
사진으로만 가능한 순간 — 연출이 아닌 믿음의 흔적이다.

빛의 여운
“풀숲이 다시 화면을 채운 마지막 장면은 함께한 시간이 남긴 온기다.”
공간이 상당히 넓게 보인다. 상대적으로 피사체는 작아 보인다.
빛은 여전히 남아 있고, 둘은 그 안에서 같은 톤의 색감으로 이어져 있다.
리얼리티는 바로 그 ‘작아짐’ 속에서 완성된다.
서로는 더 말하지 않아도 함께한다.

이날의 사진 6장 중 5장은 온마켓에 올라, 그중 일부는 파트너사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사진들이 ‘판매용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이 남긴 함께한 기억의 층이라는 점이다.
빛과 거리, 표정과 시선 — 모든 것이 한 장면으로 수렴했다.
카메라는 순간보다 오래 남는 마음의 결을 기록했다.
관련 링크
📸 EyeEm 프로필: https://www.eyeem.com/u/jooriank
🖼️ Redbubble 스토어: https://www.redbubble.com/people/jooriank/shop
🎨 JK 그림이야기 블로그: https://jk-art.tistory.com
✍️ 시니어 스페이스 블로그: https://senior-space.tistory.com
'자연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붉은 결의 숲 – 코키아가 보여준 색의 밀도 (1) | 2025.11.20 |
|---|---|
| 연꽃 이야기 – 생명과 순환의 미학 (0) | 2025.09.16 |
| 해바라기 – 수원 탑동 시민농장에서 찾은 포즈 (3) | 2025.08.21 |
| 노동의 미학 – 꽃과 곤충이 들려주는 이야기 (1) | 2025.08.20 |
| 흐림과 여백의 미학 – 물안개 풍경사진 해석하기 (3) | 202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