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 수원 탑동 시민농장에서 찾은 포즈

2025. 8. 21. 22:54자연 풍경

해를 향한 해바라기의표정 📷 JK 직접 촬영 이미지

📸 이미지 © jooriank / EyeEm👉 https://www.eyeem.com/u/jooriank

1. 도입 – 송파에서 가장 가까운 선택 

해바라기를 보려면 대부도나 경기 북부, 강원도 접경까지 가야 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서울 송파에서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거리와 시간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원 탑동 시민농장을 택했다.

이 농장은 수원시가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시민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고 계절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다. 단순한 농장이 아니라 도시민이 자연과 교감하는 생활농업의 장이자, 지역 축제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여름철에는 해바라기를 심어,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계절의 즐거움을 나누는 장소가 된다.

송파에서 출발한 길은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성남을 지나, 청계를 거쳐 수원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막힘 없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이날은 무더위와 교통 체증이 겹쳐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가까운 접근성 덕분에 감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정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해바라기 그림 의뢰를 받아, 사진 속에서 좋은 포즈를 담아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해바라기 📷 JK 직접 촬영 이미지

2. 해바라기의 기본 지식과 상징 

해바라기의 학명은 Helianthus annuus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현재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온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널리 재배된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 씨앗과 기름의 최대 생산지로, 넓은 들판에 해바라기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해바라기의 크기는 품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키가 3미터 가까이 자라는 대형종이 있는가 하면, 관상용으로 개량된 소형 품종(키 30~50cm)도 있다.  꽃의 색도 단순히 노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렌지빛, 붉은빛, 아이보리빛을 띠는 변종들이 개발되어 원예 시장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공통적인 특징은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성질, 즉 ‘heliotropism’이다. 어린 시기에는 해를 따라 하루 종일 방향을 바꾸지만, 꽃이 만개하면 동쪽을 향해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햇빛을 최대한 받아 씨앗을 잘 키우려는 자연의 전략이다.

이번에 수원 탑동 시민농장에서 만난 해바라기는 키가 어른 키 정도(약 160~180cm)로 자란 중대형 품종이었다. 줄기는 굵고 잎은 손바닥보다 훨씬 넓어, 여름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듯했다. 꽃 팜은 직경이 20cm가 넘는 것도 있었고, 중심부에는 빼곡한 씨앗들이 원형 패턴을 이루고 있었다. 이 씨앗 배열은 자연 속 수학적 질서인 ‘피보나치수열’을 따르는 것으로, 해바라기가 단순한 꽃을 넘어 자연의 질서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바라기의 상징성은 문화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태양과 생명력’을 담고 있다. 서양에서는 희망, 충직, 생명의 지속성을 뜻했고, 동양에서는 풍요와 장수를 의미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둥근 꽃 팜에 가득 찬 씨앗 무늬가 부(富)와 재물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번 그림 의뢰가 해바라기를 소재로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단순한 꽃의 재현을 넘어, 해바라기가 지닌 풍요와 번영의 상징성을 회화 속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노란 바다 같은 해바라기 군집 📷 JK 직접 촬영 이미지

3. 농장의 풍경 – 노란 물결

도심 속 시민농장에서 해바라기 군락을 마주하는 순간, 여름빛의 압도적인 기운이 몰려왔다. 수백 송이 꽃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노란 바다처럼 출렁였다. 꽃밭 사이사이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누구나 이 황금빛 물결 속에 서면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해바라기의 환한 얼굴은 한여름의 태양을 닮아, 보는 이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장관이 단순한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시민들이 직접 가꾸고 돌본 결과물이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풍성하게 피어나 있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노란 물결은 단순한 꽃밭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4. 포즈별 해바라기 – 모델이 된 꽃들

정면을 향해서 자신의 색감을 뽐내는 해바라기 📷 JK 직접 촬영 이미지

정면 포즈

해바라기가 카메라를 향해 선 순간은 마치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 같았다. 활짝 펼쳐진 꽃잎은 둥근 얼굴을 둘러싸며 황금빛 후광처럼 빛나고, 화면을 가득 채운 강렬한 노란색은 여름 한가운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한다.

아직 청년기에 해당하는 듯한 성숙도는 싱싱함 그 자체였다. 꽃잎 하나하나가 탄력 있게 살아 있었고, 씨앗은 아직 여물지 않아 앞으로 더 시간을 견뎌야 할 듯 보였다. 이 미완의 상태는 오히려 생명의 힘을 더욱 강조했다. 화려함 속에서도 성장의 과정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정면의 해바라기는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담긴 얼굴처럼 느껴졌다.

정면 포즈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상징적이다. 태양을 닮은 둥근 구조는 풍요와 희망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회화로 옮겼을 때도 중심 이미지로서 힘을 발휘한다. 그 모습은 단순히 꽃 한 송이가 아니라, 여름의 정점과 생명의 약동을 상징하는 하나의 태양이었다.

 

나름의 성숙도가 있어서인지 고개가 숙여진 해바라기 📷 JK 직접 촬영 이미지

측면 포즈

고개를 살짝 돌려 해를 바라보는 모습은 단순한 정물 이상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꽃잎이 한쪽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빛을 받는 순간, 마치 인간의 옆모습처럼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정면의 화려함과는 달리, 측면은 꽃의 입체감을 드러내고 줄기와 꽃잎이 만드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측면에서 바라본 해바라기는 풍성한 잎과 꽃잎이 겹겹이 쌓이며 입체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이 모습은 마치 성숙한 존재가 깊은 생각에 잠겨 빛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찰나의 순간조차 동세가 살아 있어, 화면에는 정적인 정물화와는 다른 리듬이 생긴다.

이 포즈는 회화로 옮겼을 때도 특별하다. 인체의 옆모습처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드러나는 곡선과 빛의 대비는 조형적으로 큰 힘을 지닌다. 꽃잎이 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는 부분과, 줄기 뒤편에 드리워진 음영(陰影)이 어우러지며 깊이감을 더한다. 그래서 측면 포즈의 해바라기는 화려함보다 성숙과 깊이를 담아내기에 적합한 장면이었다.

 

 

해바라기가 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장면 📷 JK 직접 촬영 이미지

뒤돌아본 포즈

카메라가 아닌 태양을 향해 선 해바라기의 뒷모습은 의외의 매력을 드러낸다. 꽃 판 뒷면에 드러난 질감은 앞모습의 화려함과는 다른,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굵고 곧은 줄기의 곡선은 마치 조각품처럼 힘차게 뻗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회화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수많은 해바라기가 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장면은, 단순히 자연의 습성이라기보다 집단의 의지와도 닮아 있었다. 군중이 함께 모여 한 목소리로 외치는 아우성 같기도 하고, 공통된 희망을 향해 일제히 시선을 모으는 듯한 모습은 묘한 울림을 남겼다.

풍상을 겪어 보이는 해바라기 📷 JK 직접 촬영 이미지

 

숙인 포즈

만개를 지나 고개를 떨군 해바라기는 여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렬했던 한낮의 빛을 다 흡수한 뒤, 이제는 스스로 무게를 감당하듯 숙연한 표정을 짓는다. 다른 꽃들과 달리, 오래 시간을 견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어 풍상을 겪은 노인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절정 대신, 성숙과 깊이를 담은 무게감 있는 얼굴이다.

숙인 해바라기는 단순히 시드는 꽃이 아니라, 계절이 남긴 기억과 시간을 상징한다. 누구나 지나야 하는 성숙의 단계처럼, 그 고개 숙임 속에는 겸허함과 회한, 그리고 새로운 씨앗을 품은 내일의 약속까지 담겨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꽃속에서 열심히 꿀을 채취하는 벌과 해바라기 📷 JK 직접 촬영 이미지

 

벌과 함께한 장면

꽃잎 위로 앉은 벌은 해바라기의 생명력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그 꽃을 매개로 또 다른 생명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해바라기가 지닌 풍요와 부의 상징에 실제 생명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화면은 더욱 생동감을 얻는다.

노란 꽃잎과 검은 벌의 대비는 강렬한 색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꽃 속으로 파고드는 작은 몸짓은 자연의 질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회화처럼 보였다. 풍요 속에 깃든 교감, 생명과 생명이 서로를 살려내는 조화가 담긴 순간이었다.


5. 사진에서 그림으로 

사진은 순간을 기록하지만, 그림은 그 순간을 해석한다. 이번 촬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회화적 모델을 찾는 과정이었다. 카메라가 담아낸 포즈와 구도는 이후 캔버스 위에서 다시 해석될 것이며, 부와 풍요라는 해바라기의 상징은 더욱 강렬한 메시지로 변주될 것이다.

이번 촬영에는 캐논 EOS R6 Mark II를 사용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기종으로, 고화소 경쟁보다도 색 재현력과 묘사의 안정감에 강점이 있다. 특히 여름 한낮의 강한 햇살 아래서도 노란색과 초록색이 번지지 않고 선명하게 잡히는 점이 돋보였다. 해바라기의 꽃잎이 가진 금빛 노랑은 채도가 높지만, 이 기종은 과장 없이 자연스러운 톤으로 담아내어 오히려 회화적 질감과 잘 어울렸다.

또한 빠른 연사와 높은 정확도의 AF 덕분에, 바람에 흔들리는 순간이나 벌이 날아드는 장면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었다. 사진을 단순 기록으로 넘어 예술적 소재로 전환하려는 과정에서, 장비의 성능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표현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카메라가 보여준 ‘순간의 사실성’은 이후 화폭 위에서 새로운 해석을 불러올 밑그림이 된다. 사진과 그림은 서로 다른 언어이지만, 이번 촬영에서는 카메라와 붓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이어지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6. 서울 근교의 또 다른 해바라기 명소 

수원 탑동 시민농장이 가장 가까운 선택이었다면, 여름철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는 다른 명소들도 있다. 송파에서 출발 기준으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대표적인 장소 세 곳을 소개한다.

대부도 – 바다와 어우러진 노란 물결

송파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제3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약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자리한 대부도 해바라기 밭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파도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노란 꽃밭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며, 곳곳에 포토존과 풍차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가족이나 연인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연천 호로고루성 – 역사와 함께 즐기는 해바라기

송파에서 의정부를 지나 연천으로 향하면 약 2시간 거리다.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 있는 호로고루성 일대는 임진강을 끼고 있으며, 가을이면 ‘통일 바라기 축제’가 열려 해바라기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삼국시대의 고대 산성 유적지와 어우러져 있어, 단순히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철원 고석정 꽃밭 – 압도적인 규모와 계절 축제

송파에서 경원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면 약 2시간 30분 만에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 닿는다. 고석정 꽃밭은 축구장 30여 개 규모의 넓은 부지에 해바라기를 비롯해 코스모스, 백일홍, 핑크뮬리 등 계절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여름철에는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며, 포토존과 체험 프로그램, 먹거리 부스가 운영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7. 마무리와 다음 예고 (관람 시즌 포함)

무더위와 교통 체증을 뚫고 도착한 수원 탑동 시민농장은, 단순한 나들이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송파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이곳은, 접근성이 뛰어난 동시에 도시농업의 공간답게 시민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풍경을 보여주었다.

해바라기는 단순히 여름을 알리는 꽃을 넘어선다. 똑바로 선 줄기와 태양을 닮은 얼굴은 희망과 생명력을 상징하며, 빼곡하게 들어찬 씨앗은 예로부터 풍요와 재물을 뜻했다. 특히 해바라기는 한국에서 보통 7월부터 9월 초까지 개화하며,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이 절정기다. 이번 방문도 한창 만개한 시기에 이루어져, 사진과 그림 모두에 적합한 소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촬영은 기록을 넘어 회화적 모델을 찾는 과정이었고, 사진은 곧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해바라기가 보여준 다채로운 포즈와 표정 속에서, 한 송이 꽃이 품을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농장에서 찍은 연꽃 사진을 바탕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여름 해바라기의 강렬함과는 달리, 연꽃은 고요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두 꽃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세계는, 결국 하나의 계절이 가진 풍요로움의 두 얼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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