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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과 여백의 미학 – 물안개 풍경사진 해석하기
1. 흐릿함이 열어주는 상상의 문 (門)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는 대상을 얼마나 선명하고 화려하게 담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색을 강조하고, 형태를 또렷이 드러내는 것이 곧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무엇을 드러낼까’보다 ‘무엇을 감출까’에 더 주목하게 된다. 감춰진 부분은 여백(餘白)이 되고, 여백은 상상을 끌어낸다.이번 사진은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장면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운무(雲霧)와 물안개가 풍경을 감싸며 사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 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기록했다. 인위적인 연출 없이, 희미한 경계와 덜어낸 외형이 자연스럽게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사물이 또렷할수록 이해는 쉬워진다. 그러나 모든 것이 선명..
2025.07.31 -
도시의 실루엣 (silhouette) – 감추어 드러난 형상들
도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그 안에는 수많은 건물, 소리, 사람, 빛과 그림자(陰影)가 얽히며,순간도 쉬지 않고 형상을 바꾼다.그러나 그런 도시의 본질(本質)은 항상 복잡하게만 보이지 않는다.빛이 줄어들고, 색이 사라지고, 세부(細部)가 감춰졌을 때—오히려 도시의 본질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그것이 바로 실루엣 (silhouette) 사진이 보여주는 세계다.실루엣은 시각 정보(視覺情報)의 대부분을 제거한다.색은 지워지고, 표면의 질감(質感)도 사라진다.남는 것은 검은 면적과 밝은 면적으로 나뉜간결한 구도와 형태뿐이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단순한 구도와 형태들이오히려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도시의 규모(規模), 구조(構造), 반복(反復), 질서(秩序), 리듬 (rhythm)…색이 ..
2025.07.24